서로마 제국은 476년, 게르만족 용병대장 오도아케르에 의해 공식적으로 막을 내렸어요. 그러나 이 날짜는 하나의 상징에 불과해요. 제국은 이미 수백 년에 걸쳐 서서히 무너지고 있었어요. 전쟁 한 번, 사건 하나로 설명할 수 없는 복합적인 구조 붕괴였어요.
황제가 너무 자주 바뀌었어요
3세기 위기(235~284년)라고 불리는 시기 동안, 로마는 약 50년 사이에 26명의 황제를 교체했어요. 대부분 군인 출신이 권력을 잡았다가 곧 다음 군인에게 암살당하는 식이었어요. 중앙 권력이 약해지면서 지방 총독들은 사실상 독립적으로 군대를 운영했어요.
디오클레티아누스 황제가 이 혼란을 수습하기 위해 제국을 동서로 나누어 통치하기 시작한 건 나름의 현실적 대안이었어요. 하지만 이 분할은 이후 동서 로마의 완전한 분리로 이어지는 씨앗이 됐어요.
군사비가 경제를 무너뜨렸어요
로마는 광대한 국경선을 유지하기 위해 엄청난 군사비를 지출했어요. 4세기 기준으로 로마 예산의 70~80%가 군사비에 쓰였다는 추정이 있어요. 이 비용을 충당하기 위해 황제들은 화폐에 섞는 은의 비율을 계속 낮췄어요.
결과는 심각한 인플레이션이었어요. 3세기 중반에는 은화의 은 함량이 50%에서 2%까지 떨어졌어요. 물가가 오르고 무역이 위축됐어요. 농민들은 세금 부담을 견디지 못하고 떠났고, 경작지는 줄었어요. 세금 기반이 무너지자 군사비를 댈 재원도 함께 줄었어요. 전형적인 악순환이었어요.
게르만족은 원인이 아니라 결과였어요
많은 사람이 로마 멸망의 원인으로 게르만족의 침입을 꼽아요. 그러나 이 시각은 인과를 뒤집은 거예요. 훈족의 서진이 게르만족을 로마 국경 방향으로 밀어붙인 건 사실이에요. 하지만 로마가 이들을 막을 수 없었던 건, 이미 제국 내부의 행정·경제·군사 구조가 약해져 있었기 때문이에요.
주목할 점은 동로마 제국의 수명이에요. 서로마가 476년에 무너질 때, 동로마(비잔틴 제국)는 1453년까지 약 1000년을 더 유지했어요. 두 제국은 같은 외부 압력에 노출됐지만 결과가 달랐어요. 동로마는 콘스탄티노플이라는 상업 거점과 상대적으로 탄탄한 관료제를 갖고 있었어요.
결국 서로마의 멸망은 게르만족 때문이 아니라, 스스로 감당할 수 없는 크기로 팽창하고 그 비용을 내부에서 조달하지 못한 데서 비롯됐어요. 역사가 에드워드 기번이 말한 것처럼, 로마는 외부에서 무너진 게 아니라 안에서 서서히 비워졌어요.